따라 하기 훈련
사람이 시범을 보이면 개가 따라 하게 만드는 모방 훈련(Do As I Do). 먼저 따라 한다는 규칙을 가르치고 새 행동으로 확장. 통제 실험에서 서랍 열기 같은 복잡·사물조작 동작은 셰이핑보다 빨랐지만 단순 동작은 차이 없음 — Topál 2006·Fugazza 2014/2015 1차 근거.
1. 원리와 기원
Do As I Do의 핵심은 개가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할 견본으로 삼게 만드는 것이다. 개는 간식·칭찬으로 행동을 빚는 보통의 훈련(조작적 조건형성)으로 사람이 한 걸 따라 한다는 규칙을 먼저 배우고, 그 규칙을 새로운 행동과 다른 시범자에게까지 넓힌다. 행동 하나하나를 따로 가르치는 대신, 따라 하기라는 메타 규칙 하나를 가르치는 방식이다.
과학적 출발점은 2006년 논문이다.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ELTE) 동물행동학 그룹이 영국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과 함께 발표한 연구에서, 네 살 벨지안 테뷰런 Philip은 따라 해 신호에 사람이 보여준 행동들을 우연히 맞힌 수준을 뚜렷이 넘겨 재현했다. 가르친 적 없는 새 행동과 처음 보는 시범자에게도 어느 정도 일반화했다. 사람이 시범한 동작을 개가 따라 한다는 것을 통제된 절차로 보인 첫 사례다.
이 발견을 보호자가 쓸 수 있는 훈련법으로 정립한 사람이 같은 그룹의 클라우디아 푸가차(Claudia Fugazza)다. 한 가지는 짚고 가야 한다 — 개의 따라 하기가 사람 동작을 그대로 베끼는 진짜 모방(true imitation)인지, 아니면 사물에 시선이 쏠려서(자극 강화) 또는 결과만 똑같이 내려고(에뮬레이션) 비슷해 보이는 것인지는 학계에서 갈린다. 연구진은 같은 사물을 두 가지 방식으로 다루게 하는 통제 절차를 끼워 모방이 아닌 경로를 걸러냈다고 본다. 이 논쟁은 5번에서 다시 본다.
2. 효과는 어디까지 입증됐나
Do As I Do의 이점은 모든 행동이 아니라 복잡하고 사물을 다루는 동작에 한정된다. 이게 여러 동작을 셰이핑·클리커와 직접 비교한 통제 실험의 일관된 결과다.
2014년 비교 연구(제목은 늙은 개 훈련사도 새 기술을 배워야 하나)에서, 사물함을 열고 안의 물건을 집는 식의 복잡한 연속 동작은 Do As I Do로 가르친 개가 셰이핑보다 첫 정확한 수행까지 걸린 시간이 짧았다. 반면 병 넘어뜨리기·벨 울리기 같은 단순한 단일 동작에선 두 방법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점의 크기가 행동의 복잡도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2015년 후속 연구는 개와 보호자 38쌍(Do As I Do 20쌍, 셰이핑 18쌍)을 30분 안에 다섯 번 수행을 달성하는지로 비교했다. 사물 관련 동작에서는 30분 내 성공한 쌍이 Do As I Do에서 유의하게 많았고(P=0.038), 다섯 번째 수행까지 걸린 시간도 짧았다. 몸을 쓰는 동작(점프)은 성공한 쌍의 수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지만(P=0.1014), 다섯 번째까지의 시간은 Do As I Do가 유의하게 짧았다(P=0.0038). 연구진은 이 방법이 배운 동작과 그 음성 신호에 대한 개의 기억·일반화도 높였다고 봤다.
관련해서 개의 기억에 대한 발견도 나왔다. 2014년 연구에서 개 여덟 마리는 시범을 본 뒤 시간을 두고도 행동을 재현했다 — 새 동작은 약 1.5분, 익숙한 동작은 짧게는 0.4분에서 길게는 10분의 지연 뒤에도. 중간에 다른 활동으로 주의를 흩어도 성공해, 시범을 머릿속에 담아둔다는 것을 시사했다. 2016년 연구는 한 발 더 나아가, 기억 시험을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연히 본 사람 동작도 1분·1시간 뒤에 재현해냈다(일화 유사 기억의 증거). 다만 이렇게 예상치 못한 회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 빨리 흐릿해졌다.
3. 단계별 프로토콜
새 행동을 시범 한 번으로 가르치기 전에, 따라 한다는 규칙부터 만든다. 그래서 전제조건이 중요하다. 개가 기다려(stay)를 알고, 손짓·시선·몸짓 같은 보조 신호 없이 음성만으로 신뢰성 있게 해내는 친숙한 행동을 세 가지 정도 갖춰야 한다. 보조 신호가 섞여 있으면 개가 사람의 시범이 아니라 그 신호를 보고 움직여서, 따라 하기를 배우는 게 아니게 된다.
한 번의 시행은 이렇게 흐른다. 개를 기다려(stay) 시킨 뒤 핸들러가 한 발 떨어져 친숙한 행동 하나를 직접 시범한다 → 개 앞으로 돌아온다 → 따라 해(영어로 Do it!) 신호를 준다 → 곧바로 그 행동의 기존 음성 신호를 붙인다 → 개가 수행하면 클릭하고 보상한다. 틀리면 처음으로 되돌려 시범을 반복한다. 시범을 본 직후 같은 행동이 나오도록 묶는 게 핵심이다.
행동 수가 늘면 개는 특정 행동을 외운 게 아니라 사람이 한 걸 따라 한다는 규칙을 잡기 시작한다. 이때 1단계에서 붙였던 기존 음성 신호를 조금씩 빼서(fade), 시범과 따라 해 신호만으로 행동이 나오게 한다.
핸들러가 새 행동을 시범하고 따라 해 신호만 주면 개가 그대로 따라 한다. 그 행동에 새 이름(음성 신호)을 붙이고 싶으면, 몇 번 반복한 뒤 따라 해를 빼고 새 신호만 줘서 결국 시범 없이도 그 신호 한마디로 행동하게 만든다. 시범 한 번으로 새 행동을 가르치는 셈이다.
연구에서 규칙을 익혔다고 보는 통과 기준은, 처음 보는 시범자가 무작위 순서로 보여준 친숙한 행동 여섯 개를 열 번 중 여덟 번 이상 올바르게 따라 하는 것이다. 특정 행동을 외운 게 아니라 따라 하기라는 규칙 자체를 일반화했는지 가리기 위한 기준이다.
4. 실전 적용과 트러블슈팅
이 훈련의 성패는 개보다 시범자의 일관성에 더 달려 있다. 실제로 더 숙련된 시범자와 한 개가 규칙을 더 빨리 익혔다. 견종·연령 제한은 따로 없고, 여덟 살 믹스견이 며칠 만에 규칙을 익힌 사례도 있다. 다만 사람을 잘 관찰하고 집중과 동기가 있는 개일수록 유리하다.
시작하기 좋은 친숙한 행동은 보호자가 직접 몸으로 재현할 수 있고 서로 헷갈리지 않는 것들이다 — 엎드리기, 앞발로 물체 터치하기, 발판에 올라가기 같은. 같은 행동을 연달아 두 번 넘게 요구하지 말고 섞어서 보여준다.
가장 흔한 실수는 보호자가 자기도 모르게 흘리는 보조 신호다. 개에게 시킬 대상(예: 버튼)을 흘긋 쳐다보는 시선만으로도, 개는 따라 하기가 아니라 그 시선을 좇아 움직인다. 시범 전에 고개 돌림·시선 같은 미세한 동작을 의식적으로 지워야 한다. 또 하나는 1단계의 기존 음성 신호를 빼고 따라 해 신호만으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개가 헷갈려 아무 행동이나 내놓는 것이다. 이때는 올바르게 따라 한 경우에만 일관되게 보상하고, 한 번에 한 행동씩만 추가해 규칙을 굳힌 뒤 다음으로 넘어간다.
공식 인증 체계도 있다. 보호자와 개는 기초 과정에서 1단계(이론 문항 + 친숙·새 행동 실기), 상급으로 이어지는 단계 시험을 본다. 전문 트레이너용 인증(Certified DAID Trainer)은 별도로, 1단계 통과에 더해 2년 이상 경력과 지도 영상 여러 편, 학습 이론 필기를 요구한다. 다만 공식 등록부에 오른 공인 트레이너는 일곱 개 나라 열두 명 정도로 적어, 국내에서 가까이 공인 트레이너를 찾기는 어려울 수 있다.
5. 한계와 다른 방법과의 비교
Do As I Do는 기초 훈련을 대체하지 않는다. 방법을 정립한 푸가차 본인도 리콜(부르면 오기)·리드워킹 같은 기초 행동에는 이 방법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점이 분명한 곳은 서랍 열기, 물건 집기, 스위치 켜기처럼 복잡하고 목표가 있는 사물 조작 동작이고, 단순한 동작에선 셰이핑·클리커와 차이가 없었다. 몸 자체를 쓰는 동작(점프 등)은 사물을 다루는 동작보다 모든 동물에서 따라 하기가 더 어렵다.
구조적 제약도 있다. 사람이 직접 시범해야 하므로, 사람이 물리적으로 보여줄 수 없거나 사람 몸과 개 몸이 대응되지 않는 행동은 애초에 가르칠 수 없다. 친숙한 행동과 따라 하기 규칙을 먼저 쌓아야 해서 셰이핑처럼 곧장 시작할 수도 없다.
진짜 모방인가를 둘러싼 회의론도 균형 있게 볼 대목이다. 독립 연구 그룹들은 개의 따라 하기가 사람 동작을 그대로 베끼는 게 아니라, 함께 살며 형성된 연합 학습이나 결과 중심의 에뮬레이션, 사물에 끌린 자극 강화로 설명될 수 있다고 본다. 한 연구에서는 사물의 위치가 바뀌어도 개가 따라 했지만 사물 자체가 바뀌면 수행이 떨어지고 위치에 치우치는 경향을 보여, 따라 하기가 동작 자체보다 공간 단서에 기댈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람 동작을 불필요한 부분까지 베끼는지(오버이미테이션) 본 연구에서도, 대부분은 자극 강화로 설명되고 일부만 진짜 모방으로 볼 수 있었다.
근거의 무게도 정직하게 적는다. 셰이핑과 직접 비교한 연구는 표본이 작고(2015년 38쌍), 각 그룹이 자기 전문 방법에 능숙한 트레이너로 짜여 트레이너 숙련도가 결과에 끼어들 여지가 있다. 고양이로의 확장은 한 마리, 화면 영상으로 시범을 보인 연구는 두 마리짜리 탐색 연구라 종이나 일반 상황으로 넓혀 읽으면 안 된다. 정리하면, Do As I Do가 복잡한 행동을 빨리 가르치는 데 쓸모 있다는 것은 통제 실험으로 받쳐지지만, 그 메커니즘이 사람과 같은 모방인지는 아직 열린 질문이다.
6. 출처
본문 주장의 1차(논문)·2차 출처를 아래에 모았다. 모두 2026-06-05 기준 접속 확인. 연구 결과는 표본·조건에 따라 갈릴 수 있어 저자·연도를 함께 적었다.
- Topál, Byrne, Miklósi, Csányi (2006) — Reproducing human actions and action sequences: Do as I Do! in a dog (Animal Cognition 9:355)
- Fugazza & Miklósi (2014) — Should old dog trainers learn new tricks? Do as I Do vs 셰이핑/클리커 효율 비교 (Applied Animal Behaviour Science 153:53)
- Fugazza & Miklósi (2015) — Social learning in dog training: Do as I do의 효과 (38쌍 비교, AABS 171:146)
- Fugazza & Miklósi (2014) — Deferred imitation and declarative memory in domestic dogs (지연 모방, Animal Cognition 17:237)
- Fugazza, Pogány & Miklósi (2016) — Recall of Others’ Actions Reveals Episodic-like Memory in Dogs (Current Biology)
- Fugazza, Petró, Miklósi, Pogány (2019) — Imitation or Emulation? 개의 모방·에뮬레이션 전환 (J Comp Psychol 133:244)
- Fugazza et al. (2016) — 개 모방의 공간 일반화·위치 편향 (J Comp Psychol 130:249)
- Range, Huber & Heyes (2010) — Automatic imitation in dogs (연합학습 해석, Proc R Soc B 278:211)
- Fugazza & Miklósi (2017) — Is the dog a copycat? 모방 연구 패러다임 리뷰 (Dog behavior 3(3))
- doasido.it — Claudia Fugazza 소개·방법 개요 (공식)
- doasido.it — First Level 인증 시험 프로토콜 (공식)
- doasido.it — 공인 트레이너 등록부 (공식)
- AKC — Copycat Dogs (Fugazza 인터뷰, 적용 범위, 2018)